혹시 건강검진 결과표에서 ‘질병코드 I109’라는 낯선 코드를 보고 무심코 넘기지 않으셨나요? 부모님이 고혈압이라 “나도 언젠간…” 하고 막연히 걱정만 하고 계신가요? 가끔씩 찾아오는 두통이나 어지럼증에 ‘피곤해서 그렇겠지’ 하고 애써 외면한 적은 없으신가요? 이게 바로 얼마 전까지의 제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신호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이 작은 코드가 당신의 건강에 보내는 중요한 경고일 수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당신과 당신 가족의 미래가 걸린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그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핵심 요약
- 질병코드 I109는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상세불명의 본태성 고혈압’을 의미하며, 가장 흔한 유형의 고혈압성 질환입니다.
- 가족력은 고혈압의 주요 원인 중 하나지만, 유전적 요인보다 식습관 개선, 운동 등 생활 습관 관리가 예방에 훨씬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 오늘 소개해드릴 4가지 예방법(식단 조절,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 정기적인 혈압 측정)은 가족력이 있더라도 고혈압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질병코드 I109, 도대체 정체가 뭔가요?
건강검진 후 받게 되는 결과표에는 다양한 숫자와 코드가 가득합니다. 그중 I109라는 코드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따른 ‘상세불명의 본태성 고혈압’을 가리킵니다. 말이 조금 어렵지만, 쉽게 말해 다른 특정 질병(2차성 고혈압)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고혈압’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죠. ‘원발성 고혈압’이라고도 불리는 이 질환은 유전, 식습관, 비만,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합니다.
내 혈압, 과연 정상일까?
고혈압을 이야기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혈압 수치’입니다. 심장이 피를 뿜어낼 때의 압력인 ‘수축기 혈압’과 심장이 피를 받아들일 때의 압력인 ‘이완기 혈압’ 두 가지로 나뉩니다. 내 혈압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아래 표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
| 혈압 분류 | 수축기 혈압 (mmHg) | 그리고/또는 | 이완기 혈압 (mmHg) |
|---|---|---|---|
| 정상 혈압 | 120 미만 | 그리고 | 80 미만 |
| 고혈압 전단계 | 120~139 | 또는 | 80~89 |
| 고혈압 1기 | 140~159 | 또는 | 90~99 |
| 고혈압 2기 | 160 이상 | 또는 | 100 이상 |
자료: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
조용한 암살자, 고혈압의 두 얼굴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처럼 고혈압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혈압이 높은 상태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하곤 합니다.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혈관은 소리 없이 망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신호가 있다면 의심해보세요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일부 사람들에게서는 다음과 같은 고혈압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고혈압인 것은 아니지만, 가족력이 있거나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 원인 모를 두통, 특히 아침에 심한 경우
- 어지럼증 또는 이명 현상
- 뒷목이 뻣뻣하고 뻐근한 느낌
-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는 증상
- 쉽게 피로해지고 무기력함을 느낌
가족력, 피할 수 없다면 관리해야죠! 예방법 4가지
부모 중 한 명이 고혈압이면 자녀의 고혈압 발병 확률은 약 50%까지 높아진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가족력과 유전은 무시할 수 없는 고혈압 원인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유전인데…”라며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유전적 소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생활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당장 시작할 수 있는 혈압 낮추는 법 4가지를 소개합니다.
예방법 1. 식습관의 혁명 저염식과 DASH 식단
고혈압 관리에 있어 식습관 개선은 가장 기본이자 핵심입니다. 특히 한국인의 식단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나트륨 섭취입니다. 염분은 혈관 내 삼투압을 높여 혈압을 상승시키는 주범이죠. 저염식을 기본으로 하고, 고혈압 예방을 위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DASH 식단’을 실천하는 것이 좋습니다. 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식단은 나트륨 섭취는 줄이고 칼륨, 마그네슘, 칼슘이 풍부한 식품 섭취를 늘리는 식사법입니다.
- 고혈압에 좋은 음식: 칼륨이 풍부해 나트륨 배출을 돕는 채소(시금치, 버섯)와 과일(바나나, 아보카도), 마그네슘이 풍부한 견과류와 통곡물, 혈관 건강에 좋은 등푸른생선
- 고혈압에 나쁜 음식: 염분이 많은 국, 찌개, 젓갈, 가공식품,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많은 튀김과 패스트푸드
예방법 2. 앉아만 있다면 혈관도 굳어버려요 꾸준한 운동
운동 부족과 비만은 혈압을 높이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입니다. 꾸준한 운동 요법은 체중을 감량시키고 혈관을 튼튼하게 만들어 혈압 관리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3~5회, 한 번에 30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벼운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혈압 강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예방법 3.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와 작별하기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혈압을 높입니다. 또한 스트레스는 흡연, 음주와 같은 나쁜 습관으로 이어지기 쉬워 혈압 관리에 악영향을 줍니다. 명상, 요가, 취미 생활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금연과 절주를 반드시 실천해야 합니다. 건강한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혈압은 안정될 수 있습니다.
예방법 4. 내 몸의 신호등, 정기적인 혈압 측정
증상이 없는 고혈압을 발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기적인 혈압 측정입니다. 특히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게 나오는 ‘백의 고혈압’이나, 반대로 병원에서는 정상이지만 평상시 혈압이 높은 ‘가면 고혈압’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가정 혈압 측정이 중요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혈압계를 구비하고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측정하며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혈압 관리 어플도 잘 나와 있어 기록과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혈압,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
높은 압력이 지속적으로 혈관 벽을 자극하면 혈관이 손상되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진행됩니다. 이는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들에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을 치료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이 무서운 고혈압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시한폭탄과도 같은 합병증들
- 뇌혈관질환: 뇌졸중(뇌출혈, 뇌경색)의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입니다.
- 심장질환: 심장에 부담을 주어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신장질환: 신장의 혈관을 손상시켜 기능이 저하되는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기타: 고혈압성 망막증으로 인한 시력 손상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뇌혈관질환은 고지혈증, 당뇨 등과 함께 대사증후군의 주요 구성 요소로, 서로의 위험을 더욱 증가시킵니다.
알아두면 힘이 되는 보험 이야기
질병코드 I109 진단을 받으면 보험 가입이나 청구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혈압 진단을 받으면 실비 보험(실손 보험) 가입이 어려울 수 있으나, 최근에는 유병자 실손의료보험 상품이 출시되어 가입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이미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고혈압 치료를 위한 병원비나 약제비에 대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합니다. 진단서, 진료비 영수증 등 필요 서류를 잘 챙겨두는 것이 중요하며, 상품에 따라 진단비를 보장하는 경우도 있으니 가입한 보험의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