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드라마나 뉴스에서 ‘기각’, ‘인용’, ‘각하’라는 단어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한 적 없으신가요? 비슷하게 들리지만 하늘과 땅 차이인 이 세 가지 법률 용어 때문에 판결 결과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재판 소식을 접했을 때, 혹은 내가 당사자가 되었을 때 이 용어들의 의미를 모른다면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체 내 주장이 받아들여진 건지, 아니면 거절당한 건지조차 헷갈리는 상황, 바로 여러분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긴 거야 진 거야? 핵심만 정리
- 각하: 소송의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 내용(본안)을 아예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입니다.
- 기각: 소송 요건은 갖췄지만, 법원이 내용을 심리해보니 원고의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배척하는 것입니다.
- 인용: 법원이 내용을 심리한 결과, 원고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하여 받아들이는 결정입니다.
문 앞에서 거절당한 ‘각하’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서 법원이 모든 사건의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선 반드시 갖춰야 할 ‘소송 요건’이라는 기본 자격이 있습니다. ‘각하’는 이 형식적 요건, 즉 입장권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때 법원이 “내용은 살펴볼 필요도 없으니, 이 소송은 여기서 종료합니다”라고 선언하는 결정입니다. 즉, 본안 심리 자체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한 셈입니다.
민사소송, 행정소송, 헌법재판소의 심판 등 다양한 절차에서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제소기간)이 지났거나, 소송을 제기할 자격(당사자 적격)이 없는 사람이 소를 제기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원고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실체적 판단을 아예 받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원고는 각하된 사유, 즉 형식적 요건 미비를 보완하여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각하되는 주요 사유
사유 유형 | 설명 | 구체적인 예 |
---|---|---|
제소기간 도과 | 법률이 정한 소송 제기 기간을 넘겨서 소를 제기한 경우 | 행정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이 지나서 취소소송을 제기 |
당사자 적격 흠결 | 소송을 수행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원고나 피고가 된 경우 | 사망한 사람을 피고로 지정하여 소송을 제기 |
소의 이익 부존재 | 판결을 통해 권리나 법률관계를 확정할 실질적인 이익이 없는 경우 | 이미 해결된 분쟁에 대해 다시 소송을 제기 |
형식적 요건 미비 | 소장에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할 사항을 누락하거나 인지를 붙이지 않은 경우 | 원고나 피고의 주소를 정확히 기재하지 않아 서류 송달이 불가능할 때 |
내용을 보니 틀렸다는 ‘기각’
‘기각’은 각하와 달리, 법원이 소송의 형식적 요건은 통과했다고 보고 사건의 내용, 즉 본안에 대해 심리한 결과입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양측의 주장과 증거를 충분히 검토하고 실체적 판단을 내립니다. 그 결과, 원고의 청구가 “이유 없음”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이 바로 기각 판결입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원고의 패소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며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이를 입증할 차용증이나 계좌이체 내역 같은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못했다면, 법원은 그 청구를 기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사소송뿐만 아니라 구속영장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나 형사소송에서의 공소 기각, 행정소송 등 다양한 재판 절차에서 사용됩니다. 기각 판결에 불복하는 경우, 원고는 상급 법원에 항소나 상고를 제기하여 다시 한번 판단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주장을 받아들인 ‘인용’ (승소)
‘인용’은 기각의 반대 개념으로,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법원이 판단하여 그 주장을 받아들이는 결정입니다. 즉, 원고가 소송에서 이겼다는 ‘승소’ 판결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본안 심리를 통해 원고의 권리나 법률관계 주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하고, 피고에게 일정한 의무를 이행하라고 명하게 됩니다.
인용 결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전부 인용: 원고가 청구한 내용 전부를 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입니다.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법원이 1억 원 전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하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 일부 인용: 원고의 청구 내용 중 일부만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입니다. 1억 원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심리한 결과 5,000만 원만 인정된다고 판단하면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여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이는 부분적인 승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것,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 청구를 받아들여 파면을 결정하는 것 등이 모두 인용 결정의 사례입니다. 인용 판결이 확정되면 원고는 판결문을 바탕으로 자신의 권리를 실현할 수 있게 됩니다.
한눈에 비교하는 법률 용어
구분 | 각하 | 기각 | 인용 |
---|---|---|---|
의미 | 소송 요건 미비로 본안 심리 없이 재판 종료 | 본안 심리 결과, 청구가 이유 없어 배척 | 본안 심리 결과, 청구가 이유 있어 받아들임 |
본안 심리 여부 | 하지 않음 (X) | 함 (O) | 함 (O) |
판단 대상 | 소송의 형식적, 절차적 요건 | 청구 내용의 타당성 (실체적 내용) | 청구 내용의 타당성 (실체적 내용) |
결과 (원고 입장) | 문전박대 (패소) | 내용상 패소 | 승소 (전부 또는 일부) |
불복 후 조치 | 요건 보완 후 다시 소송 제기 가능 | 항소, 상고 가능 | (피고가) 항소, 상고 가능 |
결정문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이나 결정문을 받았다면, 가장 먼저 주문에 ‘각하’, ‘기각’, ‘인용’ 중 어떤 단어가 쓰여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세 단어가 재판의 결과를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만약 ‘각하’ 결정을 받았다면, 그 이유를 파악하여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와 상담 후 부족한 소송 요건을 보완하여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기각’ 판결을 받았다면 이는 내용상 패소한 것이므로, 판결 이유를 면밀히 분석하여 상급 법원에 항소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반대로 ‘인용’ 판결을 받았다면 승소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 등 다음 절차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법률 상식의 첫걸음인 이 세 가지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데 활용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