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수분·열 취약점 극복하는 3가지 신기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3가지 신기술

“꿈의 신소재”라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막상 상용화 소식은 감감무소식인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이야기입니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효율로 차세대 태양전지 시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번번이 상용화의 문턱에서 좌절을 겪었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엄청난 잠재력에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들을 중심으로 수분과 열이라는 ‘아킬레스건’을 극복할 혁신적인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며 다시 한번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의 길을 여는 핵심 기술 3가지



수분과 열에 맞서는 새로운 소재 개발: 기존 소재의 분자 구조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보호층을 추가하여 수분과 열에 대한 저항성을 획기적으로 높였습니다.
결함을 제어하는 표면 처리 기술: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표면의 결함을 제어하는 ‘패시베이션’ 기술로 전하 재결합을 막아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외부 환경을 완벽히 차단하는 봉지 기술: 저온 공정이 가능한 새로운 봉지 기술과 자가 치유 고분자를 활용하여 외부 수분과 산소의 침투를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차세대 태양전지의 희망, 페로브스카이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ABX3라는 독특한 결정 구조를 가진 물질을 광흡수층으로 사용하는 차세대 태양전지입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광전 변환 효율이 높고, 용액 공정을 통해 저렴하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얇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어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웨어러블 기기, 차량 선루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수분과 열에 매우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기 중의 수분이나 산소에 노출되면 쉽게 분해되어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고, 고온 환경에서도 구조가 변형되어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내구성 문제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수분과 열,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들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수분과 열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들을 잇달아 발표하며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높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소재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다

가장 주목받는 방법은 소재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연구팀은 정공 전달층을 구성하는 물질의 수소를 불소로 바꾸어 물과 섞이지 않는 소수성을 강화했습니다. 이를 통해 수분 침투를 막아 500시간 동안 높은 습도에 노출되어도 초기 효율의 87% 이상을 유지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 다른 UNIST 연구팀은 기존 첨가제 대신 ‘에틸렌카보네이트’라는 새로운 물질을 적용하여 내열성을 12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 기술 | 주요 내용 | 기대 효과 |
| — | — | — |
| 소수성 정공 전달층 개발 | 정공 전달층 물질의 분자 구조를 변경하여 수분 침투 방지 | 습한 환경에서도 장시간 안정적인 성능 유지 |
| 내열성 향상 첨가제 적용 | 새로운 첨가제를 사용하여 고온에서의 구조 변형 억제 | 고온 환경에서의 내구성 및 수명 증대 |

표면을 다스려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다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표면의 미세한 결함은 전하 재결합을 유발하여 효율을 떨어뜨리고 열화를 촉진하는 주된 원인입니다. ‘패시베이션(Passivation)’은 이러한 표면 결함을 제어하여 비방사 재결합을 줄이는 기술입니다. 충남대, 한양대, 한국화학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화학기상증착법(CVD)을 이용해 ‘파릴렌D(Parylene-D)’라는 초박막 고분자를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을 적용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23.75%의 높은 효율을 달성했으며, 1,500시간 동안의 가혹한 조건에서도 초기 효율을 유지하는 뛰어난 안정성을 보였습니다.

완벽한 차단막, 봉지 기술의 진화

봉지(Encapsulation) 기술은 태양전지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하는 ‘갑옷’과 같습니다. 기존에는 고온 공정이 필요해 열에 약한 페로브스카이트에 적용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60℃의 저온에서도 가능한 원자층 증착(ALD) 공정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외부 충격으로 찢어져도 스스로 회복하는 ‘자가 치유 고분자’를 봉지재로 활용하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이 기술은 납과 같은 유독 물질의 유출을 막아 환경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향한 도약

이러한 신기술들의 등장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건너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청신호입니다. 이미 유니테스트, 한화솔루션과 같은 국내 기업들은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시장 선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국책 과제를 통해 연구개발을 지원하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습니다. 대면적 생산 기술 확보, 납(Pb)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 개발, 장기적인 안정성 검증 등은 상용화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입니다. 하지만 수분과 열이라는 가장 큰 난제를 극복할 실마리를 찾은 만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우리 일상에 들어올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머지않아 건물의 유리창이, 자동차의 선루프가, 심지어 우리가 입는 옷까지 태양광 발전을 하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열어갈 친환경 에너지의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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