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활동하기 좋은 날씨, 혹시 작은 상처쯤이야 하고 무심코 넘기지는 않으셨나요? 캠핑을 즐기다 나뭇가지에 긁히거나, 주말 농장에서 흙을 만지다 작은 상처가 났을 때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틈을 통해 우리 몸을 위협하는 무서운 불청객, 파상풍균이 침입할 수 있습니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턱이 뻣뻣해지고 온몸이 쑤시는 고통이 시작된다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소중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금부터 파상풍의 초기 신호를 알아채고 전신으로 퍼지기 전 막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파상풍 골든타임, 이것만 기억하세요
- 파상풍 초기증상은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 ‘개구장애’와 목과 턱 근육의 뻣뻣함으로 시작됩니다.
- 상처가 났다면 즉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소독한 뒤, 오염된 상처나 깊은 상처는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10년 주기의 Tdap 또는 Td 백신 추가 접종으로, 미리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상풍이란 무엇일까요
파상풍은 ‘클로스트리디움 테타니(Clostridium tetani)’라는 세균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신경 독소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입니다. 이 파상풍균은 주로 흙, 녹슨 못, 동물의 분변 등 우리 주변 환경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평소에는 포자 형태로 존재하다가 상처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면, 특히 산소가 부족한 깊은 상처 속에서 활발하게 증식하며 신경 독소를 뿜어냅니다. 이 독소가 운동 신경을 마비시켜 심각한 근육 수축과 경련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녹슨 못에 찔려야만 걸릴까요
많은 사람들이 파상풍을 녹슨 못에 찔렸을 때만 걸리는 병으로 오해하지만, 사실 녹 자체는 파상풍의 원인이 아닙니다. 녹이 슬 정도로 오래 방치된 금속 표면은 파상풍균이 번식하기 좋은 비위생적인 환경일 뿐입니다. 흙이나 동물의 분변에 있던 파상풍균 포자가 상처 부위로 들어오는 것이 주된 감염 경로이며, 다음과 같은 다양한 상황에서 감염될 수 있습니다.
- 야외 활동 중 넘어져 생긴 찰과상
- 동물에게 물리거나 할퀸 상처
- 화상이나 심하게 찔린 상처
- 비위생적인 환경에서의 피어싱이나 문신
- 괴사 조직이 있는 깊고 오염된 상처
전신으로 퍼지기 전 나타나는 초기증상들
파상풍은 평균 3일에서 21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나며, 잠복기가 짧을수록 증상이 심하고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초기 증상을 빠르게 알아채는 것이 전신 감염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초기 신호
가장 특징적인 파상풍 초기증상은 턱 주변 근육의 이상입니다. 마치 입에 자물쇠가 걸린 듯한 증상이 나타나며, 이를 시작으로 다른 증상들이 뒤따릅니다.
| 주요 초기증상 | 설명 |
|---|---|
| 개구장애 (Trismus) | 턱 근육이 뻣뻣해지면서 입을 열기 힘들어지는 증상으로,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 목 경직 (Stiff neck) | 목 주변 근육이 뻣뻣해지고 통증이 느껴집니다. |
| 연하곤란 (Dysphagia) |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지는 증상입니다. |
| 안면 경련 및 경련미소 (Risus sardonicus) | 얼굴 근육이 수축하면서 비웃거나 찡그리는 듯한 표정이 만들어집니다. |
| 전신 통증 및 미열 | 두통, 발열, 오한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
증상이 심해지면 나타나는 전신 반응
초기증상을 놓치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신경 독소가 전신으로 퍼져 훨씬 심각한 증상을 유발합니다. 빛이나 소리와 같은 사소한 자극에도 온몸의 근육이 뒤틀리는 극심한 경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등이 활처럼 휘는 ‘후궁반장(Opisthotonus)’은 파상풍의 특징적인 전신 증상입니다. 호흡을 담당하는 근육까지 마비되면 호흡 곤란이 발생하여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파상풍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
파상풍은 한번 발병하면 치료가 매우 어렵고 치명적일 수 있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행히 효과적인 예방법이 있으며, 상처 관리와 예방접종 두 가지를 꼭 기억해야 합니다.
상처 발생 시 올바른 응급처치
상처가 생겼을 때는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 파상풍균의 감염을 막아야 합니다.
- 상처 부위를 흐르는 깨끗한 물과 비누로 충분히 씻어냅니다.
- 소독약을 이용해 상처 부위를 소독합니다.
- 괴사 조직이나 이물질이 보이면 깨끗한 핀셋으로 제거하되, 깊이 박힌 경우 무리하게 빼지 말고 병원을 방문합니다.
- 깨끗한 거즈나 밴드를 붙여 상처를 보호합니다.
특히 흙이나 이물질에 오염된 상처, 깊게 찔린 상처, 동물에게 물린 상처, 넓은 부위의 화상 등은 파상풍 감염 위험이 높으므로 반드시 외과나 정형외과, 혹은 응급실을 방문하여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10년 주기의 약속, 예방접종
파상풍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접종입니다. 영유아기에 DTa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백신으로 기초 접종을 마쳤더라도, 형성된 면역력은 영구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성인은 10년마다 추가 접종(Tdap 또는 Td 백신)을 통해 면역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본인의 예방접종 기록을 확인하고, 마지막 접종일로부터 10년이 지났다면 가까운 내과나 감염내과, 보건소에서 추가 접종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파상풍을 앓고 회복했더라도 자연 면역이 생기지 않으므로, 치료 후에도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재감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할까요
파상풍은 주로 환자의 병력 청취(상처 유무, 예방접종 이력 등)와 특징적인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진단합니다. 상처 부위에서 균을 배양하는 검사는 성공률이 낮아 진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파상풍 치료 과정
파상풍으로 진단되면 즉시 입원 치료가 필요하며, 대부분 집중치료실에서 관리받게 됩니다. 치료의 목표는 체내에 퍼진 독소를 중화하고, 추가적인 독소 생성을 막으며, 경련과 같은 증상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 항독소 및 면역글로불린 투여 파상풍 면역글로불린(TIG)이나 항독소를 주사하여 혈액 속에 떠다니는 독소를 중화시킵니다.
- 항생제 치료 페니실린이나 메트로니다졸과 같은 항생제를 투여하여 상처 부위의 파상풍균을 제거하고 추가적인 독소 생성을 억제합니다.
- 상처 관리(변연절제술) 감염된 상처 부위의 괴사 조직을 제거하여 균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없앱니다.
- 증상 완화 치료 근육 이완제(디아제팜 등)나 진정제를 사용하여 고통스러운 근육 경련을 조절하고, 환자를 어둡고 조용한 환경에 두어 외부 자극을 최소화합니다.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회복에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척추 골절, 폐렴, 호흡 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